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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다고 안심은 금물’… 조용히 진행되는 만성 콩팥병, 조기 관리가 관건
‘증상 없다고 안심은 금물’…
조용히 진행되는 만성 콩팥병, 조기 관리가 관건
만성 콩팥병은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침묵의 질환’이다.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거의 없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뒤늦게 발견되면 이미 신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는 사이 병은 조용히 진행된다”며 정기 검진과 조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이지영 교수는 “콩팥은 일부 기능이 손상돼도 남아 있는 조직이 이를 보상해 주는 능력이 뛰어난 장기”라며 “이 때문에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환자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콩팥의 최소 기능 단위인 네프론이 손상되면, 남아 있는 네프론이 과도하게 일을 떠맡으면서 기능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보상에 불과하다.
만성 콩팥병 환자가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의 증가가 꼽힌다. 이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는 콩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원인”이라며 “이 외에도 사구체신염이나 유전성 신장질환, 노화 자체로 인한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초기 신호가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다. 거품뇨, 이유 없는 피로감, 얼굴이나 다리의 가벼운 부종 등이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소폭 상승했을 때도 단순 수치만 보고 넘기기보다는 단백뇨 여부, 영상검사 결과, 과거 검사 기록을 함께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흔히 갖는 오해도 적지 않다.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이나 약물 치료를 미루거나, 혈압약·당뇨약을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끊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약물 치료는 환자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과정”이라며 “초기에 꾸준히 관리하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신장 기능 악화를 부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병이 진행돼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투석에 대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실제로는 투석 시작 후 컨디션이 개선되고 식이 제한이 완화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투석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로, 필요할 때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예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존 혈액투석보다 노폐물 제거 효율을 높인 혈액여과투석(HDF)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대규모 연구에서 표준 혈액투석에 비해 사망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보고되면서, 장기 투석이 필요한 환자나 특정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국대병원 신장내과는 이러한 최신 투석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고유량 투석막 사용과 철저한 수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치료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복막투석 재택치료와 신장이식까지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영 교수는 “만성 콩팥병 치료의 핵심은 이미 손상된 기능을 되돌리려 하기보다,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오래 지키는 것”이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받고, 이상이 발견되면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에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투석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