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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기획 1편] 소리 없이 진행되는 췌장암, 늦게 발견되는 이유는
[췌장암 기획 1편] 소리 없이 진행되는 췌장암, 늦게 발견되는 이유는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 내시경초음파 등 정밀검사로 진단율 높여야
체중이 갑자기 줄고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기름진 변이 나타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1]로, 다른 주요 암종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다. 위, 대장, 간 등 주변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 건강검진이나 흔하게 하고 있는 복부 초음파검사로는 췌장 전체를 항상 관찰하기 어려워 초기 병변을 찾아내기 어렵다.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은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는 발견 자체가 쉽지 않고 체중 감소나 소화불량 같은 증상은 다른 흔한 위장관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워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5년 상대생존율 통계(2019~2023년 진단자 기준)
■ 왜 조기발견이 어려운가
췌장은 위 뒤쪽, 몸의 중심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장기다. 길이 15cm 안팎의 가늘고 긴 모양이며,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 등 혈당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이런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종양이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는 초음파 검사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종양이 상당히 커져야만 췌장 주변에 있는 신경이나 혈관을 침범하게 되면서 비로서 상복부 통증이나 등쪽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췌장암 환자의 43.3%[2]가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원격전이)에서 처음 발견되는데, 이는 주요 암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2]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요약병기별 생존율 통계(2019~2023년 진단자 기준)
■ 이런 증상이라면 의심해봐야
초기에는 소화불량, 속쓰림, 등 쪽으로 퍼지는 막연한 통증 정도로 나타나 흔한 위장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위와 같은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면 췌장 질환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 신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체중이 줄어드는 체중 감소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진해지는 황달(담도가 종양에 눌려 막히면서 발생) ▲기름지고 냄새가 심한 변을 보는 지방변(소화 효소 분비가 줄어들면서 발생)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당뇨가 새로 생기는 경우 등이다.
천 교수는 "특히 가족력이 없던 사람에게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당뇨 조절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경우, 췌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정밀 진단, 어떻게 이뤄지나
일반 복부 초음파 검사로 췌장의 일부는 잘 관찰되나 췌장 두부나 미부와 같이 주변 장에 둘러싸여 있는 부분은 초음파로 잘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조금이라도 췌장에 이상 소견이 관찰되거나 위에 언급한 췌장암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복부 CT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복부 CT에서 종괴 소견이 의심되면 다음 단계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내시경초음파(EUS, Endoscopic Ultrasound)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치를 달아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췌장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관찰하는 검사다. 일반 초음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기 때문에 1cm 미만의 작은 병변도 확인할 수 있고, 의심되는 부위에서 바늘로 조직을 채취(EUS 유도 조직검사)해 암세포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은 내시경을 통해 담도와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폐쇄나 협착 부위를 확인하는 검사다. 진단뿐 아니라 담도가 막혀 황달이 생긴 경우 스텐트(관 모양의 의료기구)를 삽입해 담즙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천영국 교수는 "영상검사만으로 애매한 병변이라도 내시경초음파를 이용하면 실제 조직을 채취해 확진할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이 이후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 검진, 누가 받아야 할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 검진 항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특히 직계가족)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건강한 성인에서 새로 진단된 당뇨가 있으면서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원인 불명의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검사 여부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흡연은 췌장암의 대표적 위험인자이므로 금연은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천영국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위험 요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천영국 교수는 췌담도 질환 분야에서 110편 이상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했으며, 내시경초음파 유도 조직검사와 담도 내시경 시술 분야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내과학 교과서인 '해리슨 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18판 번역에 참여해 췌장암 부분을 집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