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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은 췌장의 만성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췌장에 비가역적인 구조적 손상을 일으켜 췌장의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에 손상을 주는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이 여러 번 재발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통증이나 흡수장애를 나타내는 만성 췌장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은 상당한 의료적,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데 질병의 진행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급성 췌장염과의 차이점

 

만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1) 조직학적으로 만성 췌장염은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고 단핵구가 침윤하는 반면 급성 췌장염은 췌장 전체에 염증이 있으면서 호중구가 침윤하는 것이 특징이다.

 

2) 만성 췌장염은 오랜 기간 증상이 없을 수 있고 통증 없이 췌장 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만 나타날 수 있는 반면에 급성 췌장염은 거의 다 통증이 있다.

 

3) 만성 췌장염에서 혈청 아밀라제와 리파제 수치는 정상인 경우가 많은 반면 급성 췌장염에서는 상승한다.

 

만성 췌장염과 음주와의 관계

 

췌장은 하루 1500㏄ 정도의 소화 효소와 혈당조절을 위한 인슐린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술이 쏟아져 들어오면 췌액과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과부하가 걸린다. 문제는 췌장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힘들고 지치면 걸리는 질환이 췌장염이다.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술이 주범이다. 매일 마신 술의 양이 많을수록, 또 기간이 길수록 잘 생긴다. 알코올 기준 80 g (소주 1병) 이상을 5-10년간 매일 마실 경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성음주자의 15% 정도에서만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며 알코올성 만성 췌장염 환자의 약 30%에서는 알코올 섭취량이 비교적 경미하기 때문에 알코올 이외의 환경유전 요인도 만성 췌장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알코올에 의한 만성 췌장염 발병 기전은 알코올에 의한 췌관 내압 상승, 췌관소화효소 합성의 증가, 췌장 혈액 순환량 감소로 설명하고 있다.

 

만성 췌장염의 주된 원인이 음주이기 때문에 술을 끊으면 만성 췌장염의 진행이나 통증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금주를 하면 60-75%의 환자가 통증이 소실되었다. 반면 지속적으로 술을 마신 환자들은 통증의 자연소실이 26%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금주가 모든 환자에서 통증의 소실을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금주를 하면 적어도 반 정도의 환자에서 통증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술에 의한 만성 췌장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 10년 추적 관찰 시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며 체중감소, 피로감, 비타민 결핍, 마약 중독 등의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또한 최근의 한 연구는 만성 췌장염 환자의 11%에서 자신의 직업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어 은퇴를 하였다고 보고하였고 은퇴를 한 만성 췌장염 환자의 87%에서 알코올 중독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증상

 

통증

 

만성 췌장염에서 통증은 가장 흔한 증상이나 20%의 환자에서는 없다. 등 쪽으로 방사되는 심와부 통증이 전형적이기는 하나 비전형적인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즉, 통증이 우상복부 또는 좌상복부에서 가장 심할 수도 있고 상복부 전체에 있을 수도 있다. 통증은 지속적으로 심부에서 느껴지며 제산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통증은 종종 음주나 과식에 의해 심해지며 몸을 구부리면 완화된다. 만성 췌장염의 초기에는 통증이 간헐적이나 진행할수록 통증은 지속적이 된다.

 

흡수 부전

 

만성 췌장염 환자는 음식물 내 지방 성분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체중감소와 지방변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외분비기능 부전이라고 하고 이러한 증상이 눈에 띄게 생기면 췌장 기능의 9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백질 부족에 앞서 지방변이 나타나는 데 단백질 소화 능력보다 지방 소화 능력이 먼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변은 묽고 악취가 나며 잘 풀어지는 변으로 보인다. 한국인은 지방 섭취량이 적은 관계로 심한 지방변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드물다. 지용성 비타민 (A, D, E, K)과 비타민 B1, 2의 흡수장애도 나타나지만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당뇨병

 

당뇨병은 만성 췌장염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나타나고 80%에서 나타난다. 당뇨병은 췌장에 석회화가 일찍 생겨서 오래된 경우,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계속 음주하는 경우, 췌장수술을 받은 경우 잘 생긴다. 당뇨병은 인슐린 투여로 치료한다. 당뇨병이 생기는 이유는 췌장 실질의 점진적 섬유화와 위축이 췌장 말초혈액 순환 장애를 초래하고 세포 혈류 순환 감소 때문에 당뇨가 발병하게 된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의 80% 이상이 파괴되어야 당뇨가 발생한다.

 

합병증

만성 췌장염의 합병증으로 가성낭종, 담관 협착, 십이지장 협착, 췌장성 복수, 췌장암, 가성동맥류 등이 있다.

진단

 

만성 췌장염에서는 혈청 아밀라제와 리파제는 대개 증가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세 가지 징후인 췌장석회화, 지방변, 당뇨는 3분의 1에서만 나타난다.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는 혈액검사가 정상인 경우가 많다.

 

만성 췌장염의 화상 검사상 특징은 췌장 전체에 산재한 석회화이다. 미만성 췌장 석회화는 심각한 손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 복부 촬영이나 복부 CT에서 관찰할 수 있다. 술은 가장 흔한 췌장 석회화의 원인이나 유전성 췌장염에서도 보일 수 있다.

 

초음파 검사와 CT는 가성낭종과 석회화, 췌장종대, 췌관 확장을 관찰할 수 있고 췌장암과의 감별에도 유용한 검사이다.

 

ERCP는 췌장석회화와 지방변이 없는 환자에서 만성 췌장염을 진단하는 데 유용한 검사 방법이다. ERCP상 늘어나고 구불구불하며 협착이 관찰되는 췌관이 특징적이며 췌석이나 단백질 플러그가 관찰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 만성 췌장염에서는 췌관이 정상으로 보이기도 하므로 정상 췌관이라고 해서 만성 췌장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RCP)는 만성 췌장염의 진단에 있어 ERCP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위나 십이지장의 협착, 위절제술 등으로 인하여 ERCP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치료

 

약물 치료

 

만성 췌장염 환자의 치료는 두 가지 가장 큰 문제점인 통증과 흡수 부전의 치료를 목표로 한다.

음주가 원인인 만성 췌장염 환자는 금주가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만성 췌장염에서 통증은 간헐적인 식후 통증에서부터 체중감소를 동반한 지속적인 견디기 힘든 통증까지 다양하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음주를 절대 피해야 하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의 과식도 피해야 한다. 통증에 대한 약물 치료로 췌장효소제제와 함께 비마약성 진통제부터 투여한다.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통증에 대해 췌장효소제제는 지방변이 없고 췌장 외분비 기능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분지 췌장 병변 환자 및 여자, 원인불명의 만성 췌장염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췌관 병변이 있는 환자의 통증에는 췌장효소제제가 효과가 없다. 통증 조절은 비마약성 진통제부터 조심스럽게 사용하여야 하는 데 통증 치료에 마약성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종종 약물에 중독이 되어 통증이 견딜만한 데도 마약성 진통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췌장의 외분비 기능 부전은 췌장의 기능 저장능이 크기 때문에 증상 발현 후 약 10년 이후에 나타난다. 지방변, 체중감소, 소화불량이 있으면 췌장효소를 투여하여야 한다. 환자 대변의 지방량을 15 g 이하로 줄이기 위해 25,000-50,000 IU의 리파제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충분한 양의 활성화된 췌장효소를 십이지장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치료의 성공은 체중 증가와 변의 굳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식사는 하루에 5-6회로 나누어 조금씩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성 췌장염에 합병된 당뇨병의 치료는 인슐린 분비 세포의 이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경구 혈당 강하제가 아니라 인슐린 치료가 원칙이다. 췌장염이 악화되면 내당능이 감소하므로 인슐린 요구량이 많아질 수 있어 췌장염 악화의 원인인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췌장 절제 환자에서는 당뇨의 악화 및 인슐린 치료에 의한 저혈당 빈도가 높아 내분비 전문의에 의한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 인슐린 치료에서 명심할 것은 이들 환자에서는 글루카곤을 형성하는 알파 세포도 감소하기 때문에 인슐린 투여에 따른 글루카곤의 반응도 약화되어 있어 저혈당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시경 치료

 

내시경 치료는 주췌관의 협착과 췌장 결석에 의한 췌관 폐쇄를 해결해 줌으로써 상승된 췌관과 췌장 실질의 압력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시행한다. 내시경 치료 대상이 되는 만성 췌장염은 췌장 실질의 심한 위축이 초래되고 췌관 주변의 섬유화가 진행되어 급성 췌장염 혹은 정상 췌장염 또는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의 내시경 시술에 비하여 훨씬 시술에 따른 부담이 적다.

 

주췌관 협착의 치료를 위해 췌관 괄약근 절개술, 풍선이나 배액관 제거기를 이용한 협착의 확장술이나 췌관 배액관삽입술이 이용된다. 지금까지 보고된 췌관 협착 치료 성적을 종합해 보면 배액관 삽입은 거의 모든 환자에서 가능하였고 평균 추적기간 34개월 동안 약 66%에서 증상이 소실되었다. 시술에 따른 합병증은 19% 정도이며 대부분 장기간 배액관 유치와 연관된 것들이다. 통증이 재발하면 배액관을 다시 삽입한다. 반 이상의 췌장 결석은 주췌관 협착과 동반되어 있어 결석 제거 후 주췌관 협착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내시경 치료로 췌장결석 환자의 60%는 결석의 완전 제거가 가능하다. 결석이 큰 경우에는 체외 충격파쇄석술로 결석을 분쇄 후 내시경 치료를 시행한다. 내시경 치료 후 약 70% 환자에서 증상의 호전이 있다. 결석 제거 후 통증 감소 혹은 췌장액 흐름의 원활해짐 등으로 인한 체중 증가와 췌장 외분비 기능의 호전도 기대할 수 있다.

 

합병증 치료

 

가장 흔한 합병증은 가성 낭종으로 20-40% 환자에서 생긴다. 증상이 있거나 크기가 증가하면 치료가 필요하고, 낭종 내 출혈, 낭종 파열, 농양 형성 등의 합병은 응급 수술의 적응이 된다. 가성 낭종은 주췌관과의 교통 유무, 위장관으로 돌출 여부에 따라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을 이용한 경유두 내시경 치료 혹은 내시경으로 장관 내강에서 낭종을 천자하여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벽 배액술 등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만성췌장염에 의한 가성 낭종 중 경유두 배액술의 적응이 되는 경우는 40%, 경벽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도 약 55%로 보고되어 급성 췌장염에 의한 가성 낭종보다 내시경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췌관 파열에 의한 췌장 흉막이나 복수의 치료로 내시경 경유두 배액관삽입술은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증상을 동반한 담관, 십이지장의 단독 혹은 양쪽의 협착이 5-10% 정도 환자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합병증은 대개 췌장의 섬유화나 가성 낭종에 의하여 초래된다. 근치 치료는 수술이나, 증상이 있는 담도 협착의 첫 치료 선택은 내시경 배액관 삽입술이다.

 

수술적 치료

 

대부분의 만성췌장염 환자는 복통을 호소하며 그중 약 10%가 내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동통으로 수술 적응이 된다. 주췌관의 협착과 췌석에 의해 췌장 내 압력의 상승에 의한 기전과 만성적인 염증에 의한 신경외막의 손상으로 조직 매개체가 신경 섬유에 자극을 주어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고, 췌장 염증에 의한 섬유화로 총담관의 협착이 동통의 원인이 된다.

또한 만성췌장염이 진행되면서 췌장 실질에 섬유화가 생기고 염증이 지속되어 총담관 폐쇄, 십이지장 폐쇄, 췌성 복수, 문맥압항진증, 가성동맥류 등 외과 치료가 필요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성췌장염에서 췌장암이 발병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다.